
2011년 첫째 고양이를 만나고 2013년 둘째 고양이를 만났다.
10년이 넘는동안 두 고양이와 함께 하며 큰병도 잔병도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주는 녀석들
난 참 복이 많다 운도 좋다 생각했다.
사료를 좀 많이 먹고 토하기도 하고 사고를 치는 경우는 있어도 말이다.
9월 말쯤, 운동가기 전에 잠시 놀아주고 장난치고 있었는데
첫째 고양이 아래쪽 잇몸이 이상하게 부어있는것을 발견했다.
부은것이 아니라 뭔가 조짐이 좋아보이지 않는 혹 같은것이었다.
가려던 운동을 때려치고 바로 근처 24시 동물병원을 찾았다. 예약없이 갈 수 있는곳이고 깔끔한 병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단순 잇몸이 부었나보다,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방문한 병원에서
이곳에선 진료해드릴 수 없는 질병같으니 치과 전문 수의사가 있는 2차 병원으로 예약을 잡으세요
라고 말했다.
너무 놀라서 그 순간에는 눈물도 나지않았다. 주차장에서 안내받은 2차 동물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치과 전문 수의사 선생님에게 진료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간을 잡았다.
그날부터 정말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다.
나의 고양이들이 너무 건강해서.. 너무 고맙게도 큰 병 없어서.. 내가 너무 나태하고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10살이 넘은 ..나이든 고양이라는 사실을 아얘 잊고 살았다.
언젠가 이 아이들은 내 곁을 떠난다는 사실 자체를 0.1%도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집으로 가는 내내 눈물이 났다.
내 안일함이 첫째의 병을 키운것 같아서 해도 소용없는 후회를 했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영원하지 않은데, 마치 영원히 나의 고양이들과 함께 할 수있는것처럼 .. 첫째와 둘째의 시간을 내가 낭비했다.
지금 돌이켜 그때를 떠올리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
아이들이 나보다 먼저 떠날것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은 함께하는 시간을 낭비하지않기위해 노력하고있다.
치과 전문 수의사가 있는 동물병원에 방문
예약했던 병원은 내가 있는 지역에서 꽤나 유명한 병원이다.
24시간 365일 진료를 볼 수 있다.
예약한 날짜에 방문하고 처음 방문했던곳에서 받은 내용들을 전달했다.
별거아니었으면 하는 희망은... 이곳 수의사에게 첫번째 병원에서 들은 말과 같은 말을 듣게 되며 절망으로 바뀌었다.
당장 수술하거나 어떤 조치를 취할수는 없어서 피검사를 일단 의뢰하고 수술일정을 잡았다.
양성이면 다행이지만 악성이면.. 아이의 아래 턱을 제거해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안락사를 생각해야한다는 말까지 듣게되면서 나는 눈물을 주체할수가없었다.
의사 앞에선 꾹 참고 경청했지만 대기실에서는 누가 보던말던 신경쓸 겨를없이 펑펑 울어버렸다.
눈물이 정말 고장난 수도꼭지 처럼 나온다는 말을 실감했다.
후회가 너무 컸다.
제발 이번에 잘 넘어가게 해주세요. 아직은 안돼요. 나의 사랑하는 고양이를 데려가지말아주세요.
계속 빌고 또 빌었다.
무슨영문인지 몰라 동공이 확장된 첫째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와서 하루 하루 지옥처럼 보냈다.
아이들을 보면 너무 행복한데, 나의 잘못으로 첫째아이를 직접 보내게 될까봐 울고 또 울었다.
하루에 한번 볼까 말까 하던 홈캠을 하루 종일 켜두고있었다. 아이들을 더 잘 볼수있는 각도로 홈캠 위치를 옮기기도했다.
어느날은 출근했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조퇴를 하기도했다.
그냥 하루종일 내 고양이들 옆에 붙어있고 싶었다.
너희들을 두고 여행갔던것, 노느라 늦게들어온것.. 그냥 모든 나날들이 후회였다.
내가 성공하겠다고 좁은 자취방에 이 아이들을 방치하듯 함께 살았던것도 다 너무 미안했다.
지금 집에서 뛰어노는걸..이렇게 좋아하는데 다 내 욕심이었다.